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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다심 선생님께
    카테고리 없음 2022. 4. 25. 22:53


    *누다심은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의 줄인 말로, 마포에 위치한 심리상담센터입니다. 저는 대표 강현식 선생님께 개인상담 받았습니다. 다양한 심리학 서적의 저자이자 솔직하고 멋진 분입니다. 선생님께 보낸 편지를 블로그에 올려 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남겨 봅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절망과 불행을 다 저 혼자 가진 것처럼 우울한 상태로 선생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우울한 상태인 줄 조차 몰랐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 얼마나 몰랐던지... 처음 상담시간에 저의 고민에 대해 얘기하자 아주 쉽게, 별 고민도 하지 않으시고 해결책을 툭툭 주시던 모습에 당황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내가 무시당한 건가? 상담사라는 사람이 편견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이런 판단이 올라옴과 동시에 또 다른 메시지도 받았습니다. 어? 내 고민이 사실 별 것 아닌가? 이거 해결이 되는 건가? 저는 선생님이 주신 (주셨다고 제가 믿는) 메시지 덕분에 내면을 들여다볼 용기를 냈고 이어지는 상담에서도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점차 더 내면 깊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내면은 너무나도 편협한 세계관과 가치관, 그것들을 만들어낸 해결되지 않은 상처들로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와서는 절망을 직면하게 해 주신 데 무한히 감사하지만, 그 경험은 고통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진정한 치료약을 주시려 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이제야 기존의 일반적인 상담을 비판하시던 그 마음이 뭔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상담 방식이 고통스러웠다는 건 이해하시겠죠. 아이가 치과를 무서워하듯 누다심 센터를, 선생님을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상담 5회 만에 선생님이 제시하신 집단상담의 문턱에서 도망쳤습니다.

    저에게는 참 다행하게도, 선생님의 상담내용과 방향성까지 부정하진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들여다봤습니다. 철학책을 읽고 제 내면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심리학 책을 읽고 조금 더 들여다보고 반복했습니다. 선생님 앞에서 울었던 것처럼 혼자서도 많이 울었습니다. 밴드에 글을 썼던 것처럼 혼자 노트에 많이 적었습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이런 방법이 있는 줄도 몰랐을 거예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저는 저 자신을 용서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상처를 주었던 모든 사람들을, 특히 엄마와 아빠를 용서했습니다. 솔직히 아빠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고 용서도 잘 안되네요. 아빠와 대화를 해야겠지요. 차차 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용서하고 나니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저의 갑옷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저를 지켜주는 줄 알았던, 제가 만든 무거운 갑옷들. 그것들을 내려놓은 해방감은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께 불평만 늘어놓던, 헤어지지도 못하고 질질 끌기만 하던 짧은 연애를 정리했습니다. 저 자신의 결핍과 상처를 이해하니 그 친구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멀리 왔더군요. 이미 내 마음속에서 악마가 된 너를 더 이상 만날 수는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줬습니다. 우는 친구를 끝까지 위로해 주었습니다. 스스로 이별을 받아들일 때까지 함께 울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대로, 제가 먼저 용기내기도 전에, 4년간 만났던 그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했고 저의 마음을 받아주어 다시 만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 친구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갑옷이 아닌 나 자신으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희망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삶을 살 수 있는 계기와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내담자로서 뵙고 싶지는 않지만!^^ 다시 뵈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용기 내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항상 즐겁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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