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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Rule Book카테고리 없음 2022. 4. 13. 10:22
게임에는 Rule이 있다.
처음 게임을 하려면 참가자 모두가 규칙을 숙지해야 한다.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Rule Book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세상의 규칙을 모른다.
이건 해도 되고, 저건 하면 안 되는 규칙을
엄마에게 아빠에게 배운다. 좀 더 자라서는 친구가, 선생님이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배운다. 세상의 Rule 이 적힌 책.
어린이의 호기심으로, 사춘기의 불안으로, 청년의 욕망으로
자신만의 Rule Book을 써 내려간다.
엄마가 물려준 결핍이 만들어낸 규칙.
선생님이 알려준 세상의 규칙. 친구의 외면이 알려준 우정의 규칙.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습득한 규칙은 인생을 살아가는 기준이 된다. 가치관이 된다.
옷을 벗고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단순한 규칙부터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무엇인가 라는 어려운 규칙까지
그 규칙은 전혀 단순하지 않고 여러 감정과 뒤섞여 있다.
급똥이 마렵지만 화장실까지 참는다.
운동은 하기 싫지만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유튜브는 볼 때 즐겁지만 보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사랑은 받고 싶지만 구속은 불편하다.
모든 삶의 순간에서 내가 내 마음속에 써놓은 Rule Book의 절대적 규칙에 따른다.
이것은 좋은 것 저것은 나쁜 것
이것은 해야 하는 것 저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이것은 하고 싶은데 하면 안 되는 것 저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고 싶은 것
이것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하고싶은지는 모르겠고 누가 좋다고 해서 하고는 있지만 자꾸 의심이 되고 하는데 중에 다른 길이 보이지만 계속하고는 있는 것...
이 모든 삶의 미로와 혼돈 또한 나의 Rule Book에서 시작한다.
규칙을, 가치관을 진심으로 믿는 부분은 확고하게 살아가고 (실재여서 확고한 것이 아님)
주입받았지만 진심으로 믿지는 못하는 규칙은 의심하며 살아간다. (실재가 아니어서 의심하는 것이 아님)
믿음! 내가 그 규칙을 믿는지!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내 양심이 타고난 천성이 혹은 경험이
자신의 Rule Book을 쓰고 지우고 강화한다.
누가 맞대서 적긴 적었지만 마음속까지 믿지 못하는 규칙도 있는 것이다.
실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믿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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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 내가 적어둔 삶의 규칙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고 있다.
기쁨으로 쓴 규칙도
절망과 눈물로 새겨 넣은 규칙도 있다.
무의식에서 감정과 뒤섞여 세상을 저주하는 무서운 규칙도 있다.
그 규칙을 새겨 넣던 순간의 나를 바라본다.
세상을 저주하면서, 나 자신을 혐오하면서 세운 나만의 규칙들.
울면서 마음속에 규칙을 새기던 나를 바라본다.
심연의 규칙을 하나씩 만져보면서, 울던 나를 떠올리면서 함께 울어주고 있다.
이런 규칙이 없어도 괜찮다.
이렇게 힘들었구나. 이렇게 아파서 이런 규칙을 만들었구나.
이건 네가 오해한 거야. 이러지 않아도 된다. 이런 규칙은 이제 필요 없단다.
하나하나 읽고 고친다. 그대로 두는 것도 있다.
그때 충분히 위로해주지 못한 나를 이제라도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