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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독은 도피다
    카테고리 없음 2022. 4. 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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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유튜브에 중독되어 있었다. 

    하루 4시간의 자유시간이 있다면 2시간은 유튜브를 했고

    10시간이고 12시간이고 유튜브를 본 적도 있으며

    게임 유튜브를 틀어 놓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고

    유튜브를 보며 쉬는 편안함을 위해 친구, 연인과의 약속을 미루기도 했다.

     

    이동할 때, 밥 먹을 때, 잘 때, 쉴 때

    모든 순간에 유튜브(가끔 넷플릭스)를 보았으며

    볼 수 없는 상태에서는 음악을 듣고 라디오를 들었다. 

    잠시라도 뭔가에 노출되지 않으면

    내가 짓눌러놓은 내 무의식의 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에.

    고요가 찾아오면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계속 봐야 헸다.

     

    해결되지 않은 내면, 불만족스러운 현실로부터 

    유튜브로 도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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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중독이라는 단어를 마약, 술, 담배 등에 국한시킨다.

    스마트폰까지 넓어지기는 했으나 본인이 스마트폰 혹은 유튜브 중독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혹은 받아들이더라도 해결할 의지나 이유가 없는 사람도 많다. 

     

    중독이 대체 뭘까?

    쉽게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것이다.

    어렵게 얻어야 하는 뇌내 물질(세로토닌, 도파민..)을 쉽게 얻게 만든다.

    뇌의 회로를 바꾼다. 

    쉬운 길을 찾은 뇌는 다시 어려운 방법으로 뇌내 물질을 얻기 싫어한다.

    우리 뇌는, 우리 마음은 효율을 찾기 때문이다. 

    효율은 모든 생명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중독은 즉각적인 보상을, 쉬운 보상을 원하는 효율적인 뇌의 선택이다. 

    현실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 얻는 성취감이나 보람보다 

    빠르고 쉬운 쾌락을 얻는 방법을 찾게 되면

    실제 문제, 현실을 외면하고 해당 행위를 반복한다. 

     

    외면당한 현실은 점점 더 해결이 어려워지고 

    중독 행위는 점점 더 매력적이 된다.

    유일한 도피처가 된다. 

    반복하여 의존하게 된다.

    뇌가 길들여져 해당 행위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불안 증세가 나타난다.

    다시 중독 행위로 돌아가 현실을 잊어야만 한다. 강박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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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은 의존성과 중독성, 도피 행위가 아주 극명하게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강력한 중독이다. 

    하지만 중독과 의존, 도피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작게든 크게든 일어나고 있다.

     

    여행은 도피다.

    유튜브는 중독이다. 

    연애는 의존이다.

     

    여행, 유튜브, 연애는 마약처럼 나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마음속에서 현실을 도피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의존한다면 중독되어있다면

    마약만큼이나 나쁠 수 있다. 

    의존의 강도만 다를 뿐이지, 신체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것뿐이지 

    내 실제 삶을 외면하고 시간을 허비하며 관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여행이 내 실제 삶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유튜브가 천직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연애가 충만한 삶의 의미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 어떤 좋은 것이라도 

    내 문제에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면

    중독이자 도피이자 의존이 되어 

    내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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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쉽게 빠지는 오류/ 합리화가 생긴다. 

    그럼 여행도 유튜브도 연애도 술도 담배도 다 하지 않고 수도승처럼 살라는 거냐?

    새로운 강박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 유튜브는 중독이야! 절대 하지 말아야 해!! 쳐다도 보지 말아야 해!!!

     

    본질은 의존이다.

    의존과 중독에서 벗어나 그 효용을 즐긴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마약조차 즐기고 언제든 놓을 수 있다면 

    마약을 사용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경찰에 잡혀갈 수는 있음)

     

    못해서 안달 난 상태도

    안 하려고 꾹 눌러 참는 상태도 

    의존이고 중독이다. 

    그저 즐기되 빠지지 않는 마음, 본질을 자유롭게 누리는 마음

    그리고 다시 내 삶을 충실하게 살 수 있는 가벼운 마음으로 사용한다면

    여행 유튜브 연애 술… 그 모든 것이 중독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운 경험이자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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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유튜브를 하루 10분에서 30분 정도 본다.

    일부러 정해놓는 것은 아니고 

    그만큼만 ‘보게 된다’. 

    하루에 1분도 안 볼 때도 있다.

    30분 이상 볼 때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거 한번 보라며 권유하면 본다.

    내가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야 하면 본다. 

    설거지할 때, 빨래 정리할 때 한 번씩 본다. (생각이 많으면 안 볼 때도 있다.)

     

    유튜브를 보면서 내 마음 상태를 함께 느낀다. 

    Attention. 내 마음의 상태를 주의한다. 

    지금 필요에 의해서 이 유튜브를 보고 있는가?

    유튜브를 보는 기쁨이 점차 내려가고 있지는 않는가?

    실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시간을 죽이고 있지는 않는가? 

     

    그렇지 않다면 계속 보고

    아니면 바로 꺼 버린다. 뇌내 회로를 바꾼다. 가짜 보상을 멈춘다. 

    그 결과 하루 10분 정도 보게 되었다. 

    10분만 봐야지! 하는 강박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 

    유튜브를 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조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감정적으로 대해서 미안하다 유튜브야!)

    하지만 나는 유튜브를 잘 이용하고 있다. 

    삶을 살기 위해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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