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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흡
    카테고리 없음 2022. 5. 23. 13:07





    호흡은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다. 의식과 무의식이 동시에 관여한다. 심장과 소화기관등의 불수의근은 의식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골격근은 의식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으로, 손가락을 굽히거나 골프를 치거나 하는 동작이 내 의지대로 가능하다. (정말 원하는 대로 운동선수처럼 움직여 주지는 않음...) 호흡은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골격근이 관여한다. 숨을 참는 등의 일시적 조절은 가능하지만 완전히 멈출 수는 없다.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골격근을 이용한다. 쇄골 위주의 어깨 근육을 사용하면 흉식호흡이라고 하고, 복근과 코어근육을 이용하면 복식 호흡이라고 한다. 또 코로 숨을 쉬는지 입으로 숨을 쉬는지의 차이에 따라 구강내 환경에 영향을 주어 입냄새가 심해진다거나 턱이 돌출되는 부정교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의 호흡은 단순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동의보감에서는 호흡법을 상당히 비중있게 다룬다. 토납법/조식법/태식법으로 크게 구분한다. 토납법은 코로 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방법이다. 조식법은 코로 마시고 코로 내쉬는 방법이다. 태식법은 코와 입을 의식하지 않는 방법을 말한다. 태아의 호흡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들숨과 날숨의 비율에 대해서도 허실에 따른 구분을 두었다. 허증, 즉 기력이 없고 병약한 사람의 경우에는 들숨을 3~5초로 길게, 날숨을 1~2초로 짧게 한다. 실증, 화병, 불안증, 다혈질인 사람의 경우는 들숨을 1~2초로 짧게, 날숨을 3~5초로 길게 한다. 탁기를 입으로 내뱉는다는 느낌으로 길게 내쉰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 한숨을 쉬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식적으로 빼내 주는 것이 더 좋다. 현대의학적으로 탁기란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의미하며, 혈액의 산성도라고 볼 수 있다. 혈중 산도를 낮추기 위해 입으로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배출해야 한다.

    토납법의 핵심은 코로 마신 들숨이 기도를 통해 들어가는 느낌이 아니라 아랫배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 데 있다. 복식호흡을 한다고 윗배, 명치부분을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아랫배, 단전으로 숨을 쉬는 것이다. 꼬리뼈로 숨을 쉰다는 느낌으로 다가가면 좀 더 쉽다.

    토납법에 익숙해지고 나면 조식법으로 옮긴다. 처음 깊은 호흡을 하면 날숨을 코로 내뱉기가 어렵다. 흉식호흡을 하면 탁기가 많아지고, 탁기가 많으면 날숨이 길 수밖에 없는데 코로 다 내뱉지 못하기 때문이다. 토납법으로 탁기를 많이 배출하고 복식호흡에 필요한 근력을 키운 뒤에 조식법을 시행한다.

    태식법은 태아가 호흡하듯 전신을 이용하게 된다. 머리 끝부터 배꼽과 항문 사이, 단전 깊은 곳으로 호흡한다는 느낌이다. 조식법을 1년 이상 꾸준히 연습하면 자연스럽게 태식법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론은 이쯤 하고, 실전에서 어려운 점은 흉식호흡에서 복식호흡으로의 전환이다. 처음 토납법을 할 때 복부를 사용하는 패턴이 익숙하지 않아 어렵다. 복부 전체의 근육, 특히 횡격막이 긴장되어있고 복식호흡에 필요한 코어 근력이 약화되어 있다. 어떤 운동이든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의 연습이 있어야 초보 딱지를 떼듯, 호흡방법도 마찬가지다. 한두번, 하루이틀 해보고 다시 원래의 습관으로 돌아가기 쉽지만 의식적으로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흉식호흡을 하다 제대로 된 호흡을 하게 되면 두가지 큰 변화를 느낀다. 먼저 머리 끝까지 양질의 혈액이 공급되는 느낌을 받는다. 눈이 맑아지고 경동맥이 뛰는 게 느껴진다. 흉식호흡은 복식호흡에 비해 폐활량이 30~50% 적다. 한번 호흡시 복식호흡에 비해 산소가 절반 이하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어깨 근육의 이완이다. 달린 뒤에 숨을 몰아쉬는 상태를 생각해 보자. 쇄골을 들썩거리며 흉곽을 빠르게 펌프질하여 호흡한다. 운동시에는 교감신경이 최대로 자극되어 깊은 호흡을 할 수 없다. 얕고 빠르게 어깨근육을 주로 사용한다. 평소에도 흉식호흡을 하게 되면 어깨를 둥글게 말고 긴장한 상태가 유지된다. 흉식호흡에 편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세가, 신체 상황이 정신에 영향을 준다. 잘못된 자세 때문에 위기상황이라는 false alram을 받아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당연히 불면과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복식호흡의 가장 핵심적인 효과가 여기에 있다. 어깨 근육의 이완을 통해 부교감신경 우위의 시스템으로 전환시키고 불안, 강박, 불면 등의 신체화증상을 개선한다.

    사람은 하루 2만번의 호흡을 한다고 한다. 2만번을 긴장과 스트레스를 악화시키는 패턴으로 호흡할 것인지, 신체와 정신을 이완시키고 전신 순환을 돕는 방식으로 호흡할 것인지 고르라면 어느 누가 흉식호흡을 고를 것인가? 복식호흡이 배가 튀어나와 보일까봐, 겉보기에 예쁘고 멋져보이지 않을까봐 무의식적으로 흉식호흡을 하며 횡격막을 잠그고 있다면 허영심으로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건 아닐지 반성해 봐야 한다.

    매일 불안하고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몇달간의 노력으로 호흡부터 개선해 보는 건 어떨까. 처음부터 하루 2만번을 다 복식호흡할 필요는 없다. 하루 30분, 1시간, 4시간으로 점차 늘려가면 된다. 어깨가 뭉치거나 눈이 침침한 느낌이 들 때 의식적으로 복식호흡을 해 보자. 손발과 배가 차갑고 머리로 피가 돌지 않는 느낌이 들면 자리를 잡고 앉아서 단전에 손을 올리고 복식호흡을 연습하는 것이다. 심장이 뛰고 소화기관이 움직이는 건 내가 조절할 수 없다. 호흡은 내가 체성기관을 조절하는 유일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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